YESEYESEE Everywhere Vol.03 TRPG Designer & Educator

YESEYESEE Everywhere Vol.03 TRPG Designer & Educator

Everywhere Vol.03 TRPG Designer & Educator
Talent: Bum Lee (Brian)
Note: Let’s go on an adventure
Loc: DCC @thedicelatte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세계가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서 펼쳐지는 작은 모험,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선택과 이야기들. TRPG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하나의 언어이자 경험입니다.

이번 Vol.03에서는 TRPG 콘텐츠 제작자이자 교육자로 활동하며, 한국TRPG지도사협회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이범(Brian) 님과 함께했습니다. 미국에서 성장한 재미교포 출신인 그는, 한국에 머물던 시기에 TRPG를 접한 것을 계기로 매주 친구들과 플레이를 이어오며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왔습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와 디지털 중심의 시대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사람들과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험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TRPG가 지닌 아날로그적 매력과 인간미를 더 많은 사람들이 발견하길 바라는 이범 님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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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TRPG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TRPG가 어떤 게임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TRPG(Tabletop Roleplaying Game)는 ‘테이블 롤플레잉 게임’의 약자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를 하면서 상상으로 모험을 함께 떠나는 활동입니다.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인물의 성격과 능력 같은 내용을 종이에 기록하며, 모험 중에 극복해야 하는 적이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주사위를 굴려서 결과를 판정합니다. 오늘날 컴퓨터나 모바일 RPG 게임들이 아날로그 TRPG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TRPG에서 GM(게임마스터)은 플레이어들이 경험하는 세계관, NPC 인물, 사건 등의 내용을 준비해서 게임 세션을 운영하는 역할을 합니다. 컴퓨터 게임의 한정된 내용에 비해 플레이어들의 선택에 대응하고 즉흥적으로 바꿀 수 있어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 시나리오 제작자의 길을 선택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덕업일치를 이루신 만큼, 취미가 일이 되면서 느끼는 변화나 고민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일로 하는 활동이 소모적이지 않고 즐거운 놀이처럼 느껴지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는다고 느낍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제작하게 되었던 계기는 TRPG 세션을 열고 플레이어들을 모집했는데,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 다른 GM을 섭외했어요. 그때 준비하고 있던 시나리오를 원고로 정리해서 두 테이블에서 동시에 같은 시나리오를 진행했어요. 다른 GM을 위해 원고를 정리하면서 어떻게 쓰면 다른 사람이 읽고 세션을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많은 것을 배웠어요. 한국TRPG지도사협회의 자격증 과정을 운영하며 TRPG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 방법과 사례에 대해 교육하는데, 강의하기 위해서도 더 많은 것을 연구하고 배우고 있어요. 취미를 일로 하면서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고 얻는 것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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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촬영을 통해 TRPG를 처음 접했는데, 영어로만 진행되어 한국인에게는 진입 장벽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범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거나 한국에서 창작된 TRPG 콘텐츠도 많습니다! ‘던전앤드래곤’(D&D)은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TRPG 출판물인데 기본 규칙서들은 국문 번역본이 있어요. 한국에서 많이 하는 ‘크툴루의 부름’(CoC)은 번역된 책이 더 많고, 한국에서 만든 팬 시나리오도 굉장히 많아요. 그 외에 ‘설화학당’, ‘팀셜록’, ‘비밀열쇠 이야기놀이’ 등 한국 작가님들이 만든 창작 게임들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매년 열리는 ‘다이스 페스타’ 행사에 가면 국내 창작 콘텐츠와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어요. 한국어 TRPG 책은 쿠키박스, 알피지스토어 온라인몰에서 구매할 수 있고,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신 분은 유튜브에서 TRPG를 검색하면 리플레이 영상으로 예시를 찾아볼 수 있어요. ‘네이버 TRPG 카페’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규 플레이어를 위한 오프라인 행사도 종종 열고 있고, 자료를 정리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TRPG를 접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수원에는 ‘도토리둥지’라는 팀이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TRPG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던전앤드래곤에 특히 더 깊은 애정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범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20년 전에 TRPG에 본격적으로 입문할 때부터 ‘던전앤드래곤’을 했는데 그만큼 추억이 많이 담겨 있어요. 가장 처음에 했던 캐릭터는 마법사였는데, 대마법사가 되고 신이 되었고, 다음 캐릭터는 그 신의 사제였어요. 그다음 캐릭터는 사제의 후손, 그다음에는 후손의 제자였던 음유시인이었어요. 음유시인을 할 때에는 플레이했던 이야기를 시로 쓰고 노래도 만들었어요. ‘던전앤드래곤’은 레벨업하면서 캐릭터가 성장하고 강해지는 규칙이 풍부해서 장기적으로 하기 좋아요. 영어권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게임입니다. 해외에서는 ‘던전앤드래곤’과 ‘TRPG’를 동일시할 정도로 보편적이어서 같이 할 사람들을 찾기 쉬워요. 역사상 가장 오래된 TRPG 룰인 만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판타지 게임이지만 창작자들은 ‘던전앤드래곤’과 호환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있고, 그중에 현실 세계, 역사물, SF 콘텐츠도 있어요. 저는 ‘던전앤드래곤’으로 삼국시대 배경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역사에 대해 배우는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역사 기반 게임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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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를 플레이하실 때 어린아이처럼 몰입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 TRPG 외에 즐기시는 다른 취미도 있으신가요?

TRPG만큼 즐거운 취미는 아직 찾지 못했어요.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평소에 영감을 얻을 소스를 많이 찾습니다. 역사 강의를 유튜브로 듣거나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는 것을 즐깁니다. 평소에는 MBTI가 I에 가깝지만, TRPG나 보드게임 같은 활동을 하면 E로 변신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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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당일 한 세션이 약 4시간 진행되며 식사나 휴식도 함께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규칙 위반이 발생하기도 하나요? 또한 TRPG에서 일반적으로 반칙에 해당하는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TRPG는 게임 규칙도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플레이어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게 더 중요합니다. 모두 재미있으면 사실 게임 규칙은 조금 조절할 수 있고, ‘하우스 룰’(우리 팀만 사용하는 비공식 규칙)을 정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게임을 하다 보면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자신의 재미를 위해 다른 사람이 희생되거나 불편하면 안 되죠. 저는 게임 규칙 외 PvP(게임 속에서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를 상대로 하는 적대적 행위)는 서로 간의 합의가 없으면 무조건 금지합니다. 플레이어들이 함께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하는 건 괜찮지만, 동의 없이 하면 한 사람만 억울해질 수 있어요. TRPG에는 팀워크와 소통이 매우 중요해요. 캐릭터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불화를 극복하고 협력하는지 이야기를 만드는 건 플레이어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나리오를 구성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저는 플레이어가 되었을 때 가장 재미있는 순간은 나의 선택으로 세상을 바꿨다는 느낌을 받을 때예요. 시나리오를 구성할 때, 저는 플레이어들에게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일 수도 있고, 세계관에 큰 변화를 주거나 자신의 캐릭터에게 변화가 생기는 선택이 모두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촬영에서 했던 게임에서도 캐릭터들 중에 오크를 싫어하는 드워프가 있었는데, 오크와 드워프들의 전쟁에서 평화 협상을 맺기로 결심해서 세상도 바뀌고 캐릭터도 성장했어요. 역사물 시나리오를 만들 때에는 우리가 과거에 살았던 인물이었으면 어땠을지, 중요한 사건 속에서 어떤 선택을 내렸을지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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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님만의 확고한 음악 취향이 있으실 것 같은데, 평소에 주로 어떤 음악을 즐겨 들으시나요?

사실 음악을 그렇게 많이 찾아서 듣는 편은 아닙니다. 드라마에서 들었던 감성적인 음악, 추억을 환기시키는 음악을 다시 듣는 걸 좋아해요. 작년에 ‘탄금’을 보고 OST가 좋아서 한동안 많이 들었어요. 조선 시대 내용이지만 요즘처럼 딥페이크가 많은 시대에도 진짜와 가짜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OST를 다시 들으면서 드라마에서 영감 받은 TRPG 시나리오를 진행해 보고 싶어요.

집 한쪽 공간을 TRPG 게임과 피규어로 가득 채우셨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예상치 못한 불이 나 딱 '하나'의 아이템만 들고 대피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실 건가요?

화재가 발생하면 아내와 고양이를 우선 대피한 다음에 문 앞에 둔 가방을 들고 나갈 것 같아요. 이번에 촬영을 마치고 아직 짐을 다 풀지 않아서 그 가방 안에 TRPG 책이 여러 권 있고 절판된 책도 있어요. 피규어는 없어도 TRPG를 할 수 있고 주사위도 더 구할 수 있는데, 규칙서는 꼭 필요하고 절판된 책은 다시 구할 수 없어요. ‘던전앤드래곤’에는 ‘백 오브 홀딩’이라는 아이템이 있는데 외형보다 가방 속이 훨씬 커서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어요. 그런 가방이 있으면 화재를 대비해서 사전에 가득 채워 놓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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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네요. 현실이 LARP(Live Action Role Playing)처럼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이는 게임이라면, 이범님(브라이언)은 어떤 클래스와 성향의 캐릭터로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그 이유도 짧게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년에 LARP를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TRPG와는 좀 다릅니다. TRPG는 캐릭터의 입장에 몰입하면서도 플레이어들이 각자 서술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멀리서 바라보기도 합니다. 반면에 LARP에서는 자신의 캐릭터에 더 몰입하고 그 역할로 계속 말하고 행동합니다(쉬고 싶으면 잠깐 휴식하고 다시 캐릭터의 역할로 돌아갈 수 있어요). LARP를 하면서 평소와 좀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해 봤는데 조금 힘들었어요. LARP를 해보면서 느꼈던 게 평상시에 좋아하는 걸 해야 힘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LARP를 다시 할 기회가 있거나 현실이 LARP처럼 되었다면 평소에도 좋아하는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음유시인’ 같은 직업을 선택할 것 같아요. 음유시인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하는데, TRPG 활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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